처음 나인해빗을 시작할 때만 해도, 원대한 포부와 위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기상을 시작해서 매일 저만의 시간을 만들고, 부자강의/나눔강의 등을 들으며 부동산 공부/주식 공부/투자를 해서 경제적 자유도 이루고... '21년은 그야말로 장밋빛 인생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니니 다를까, 평균 이하의 의지력과, 촛불보다 더 잘꺼지는 열정을 지닌 저에게, 몇달안가 나인해빗은 '불편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4시에, 5시에 무슨 자명종처럼 잘들 일어나시는데 저의 새벽기상은 몇일 못가 7시, 7시반 기상으로 미뤄지고, 허겁지겁 일어나 출근하기 바빴습니다.
(새벽기상을 위해 쿠팡에서 구입한 저의 자명종도 주인을 닮아 몇주만에 맛탱이가 가버리는 걸 보며, '아, 이것은 새벽기상을 하지말라는 하늘의 뜻이다'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게다가 인증 할때의 응원댓글 달기는 얼마나 귀찮던지... 그나마 콩나물 시루 같은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응원댓글을 달 때도, 옆 사람이 "응원합니다. 대단하십니다. 파이팅입니다"고 댓글 다는 저를 보며, (사이비) 종교인이나 다단계 판매원으로 오해할까봐 콩닥콩닥하기도 했습니다.
(망상을 많이 하는 편이며, 쫄보입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야근, 출장, 술자리가 잦았던 탓에 부자강의도 라이브로 거의 듣지 못했고, '주말에 듣자'며 미뤄두던 강의도 편안한 거실 소파와 종이의집, 킹덤 때문에 대부분 못 들었었지요.
(일반적인 의지는 약하지만, 넷플릭스에 대한 의지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렇게 저의 나인해빗이 점점 무너져갈 무렵... 부자강의나 나눔강의, 그리고 카톡방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신 해빗러님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대단한 분들이다, 엄청난 의지력이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식의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꼬여서) '흥, 회사가 편하신가봐'라든지, '뭘 저렇게 빡빡하게 사시는거여'라는 식의 생각으로 무너져가는 저의 나인해빗을 정당화했습니다.
(고승덕 책에서 공부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쪼아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ㅎㅎ 여기서 저의 밑바닥 인성이 드러납니다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그런 정당화는 제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나인해빗 참가를 제대로 못하고, 혼자 성과를 못내서 짜증나' 수준이 아니라... 뭔가 인생 전반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행복하지 않다'정도가 아니라 '매우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신 다른 해빗러님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이겠지만요)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의 엄청난 야근과 출장, 그리고 술자리,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나인해빗은 물론, '20년 말에 스스로와 했던 약속과 계획이 전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상반기 내내, 부자강의 시간에 고객을 접대하거나 야근을 하며 자괴감을 느끼고, 전날의 숙취로 인해 새벽기상을 실패하며, 허겁지겁 회사로 출근하며 '오늘도 망했구나'며 패배한 채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실려가는 유태인의 심정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늘은 몇시에나 이 감옥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덜컸지만, 그래도 서른넷이나 되었는데, 이런식으로 계속 살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